지난 몇 달 동안 내 정신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일이 끝났다. 그렇게 된 김에 이제부터는 일에 집중해 보자고 마음먹었다.

한 달이나 지난 지금 새해맞이 행동강령을 하나 정했다. 애초에 지킬 리 없는 계획 따위 정하지 않는 게 평소 습성이지만 안 되겠다 싶어 약소하게 하나만 정했다.

"저녁 귀가 후 1시간 동안 컴퓨터를 켜지 않는다."

인터넷에 빠져 허우적대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시행한 지 며칠 됐는데, 덕분에 그간 자기 전에 침대에서 뒤적거리기만 하던 버트란드 러셀 자서전 진도가 좀 빠지기 시작했다. 문제는 1시간 뒤 컴퓨터를 켜기만 하면 여기저기서 달콤한 유혹이 달려들어 일에 집중이 안 된다는 것. 언젠가부터 마음만 급하고 몸이 안 따라 주어 정신이 산만하다.

아이폰을 샀다. 딱히 필요하지도 원치도 않았지만 고민하다가 샀다. 그리고 역시나 - 기계가 아닌 다른 문제로 - 후회한다. 인터넷 시간을 줄이자면서 아무데서나 인터넷이 되는 물건을 사다니 쓴웃음도 나고.

그래도 값비싼 물건을 샀으니 본전이라도 뽑자는 생각에 열심히 활용하려 한다. stanza로 무료 이북을 검색하니 고전SF가 꽤 있다. 벤 보바의 단편 The Dueling Machine을 받아 읽었다. 가상현실과 초능력을 결합한 아이디어. 아주 좋거나 나쁘다고 말하긴 그렇다. 의외로 현대 작품도 무료가 있다. 이어서 찰스 스트로스의 Accelerando를 시작했다.

하지만 직사광을 쏟아내는 좁은 액정으로 책을 보려니 눈이 아파서 좀 더 편히 볼 수 있는 동영상 쪽으로 잠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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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마일 2기를 보는 중. 플라네테스보다 인간미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가끔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달에 가건, 블랙홀로 폭탄을 만들건, 은하를 집어던지며 싸우건 결국엔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점을 아는 게 중요하다.

달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오바마가 컨스틀레이션 계획을 취소했다. 소식을 듣는 순간, '오바마 이 개....' 소리가 목구멍까지 치솟았지만 그것도 잠시. 사람에 따라 중요한 일은 다른 법이니까. 누구처럼 멀쩡한 나라땅을 파뒤집어 놓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않는다면야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얘기가 고대 이집트 벽화에도 있더라라는 이야기는 변형이 많다. 이집트 벽화부터 피라미드 어딘가의 낙서라거나 로제타 석, 심지어는 몇 만년 전의 동굴 벽화(그럴 리가!)까지 나오는데, 문득 출처가 어딘지 궁금해져 찾아 보았다. 인터넷 검색으로는 출처 이야기를 찾을 수 없었다. 다만 로제타 석은 영어 번역본이 있어 대강 훑어 보았는데 그런 거 없다.

떠도는 이야기 중에 이렇게 지어냈거나 최소한 살짝 변형한 이야기가 많다. 살짝 바꾼 건 그게 더 멋있기 때문이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조사해 하나하나 출처를 정리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는 있겠지만 고생스럽고 생기는 건 없는 일이 될 것 같다. 아마 안 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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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2010/02/04 17:26 2010/02/04 17:26
Karidasa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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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크레스 외/정소연 옮김/창비

10대를 위한 걸작선. 읽고 난 뒤 역시 나는 10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심심하게 읽은 단편이 많은 편이라... 그런데 사실 생각해 보면 내 나이가 절반이었을 때 읽었다고 해도 재미있었을 것 같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청소년 대상이라고 대놓고 나오는 것들은 청소년이 안 좋아하는 법. 가족과 친구와 성장도 좋지만, 일단 작품의 질을 떠나서 질풍노도의 청소년을 잡으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나의 10대적 수준을 고려했을 때의 의견이다. -_-)

  
2010/01/24 01:32 2010/01/24 01:32
Karidasa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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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4 01:22 / 낙원의 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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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맥카시/정영목 옮김/문학동네

절망 속에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야기는 많다.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대재앙 이후의 이야기지만, 이렇게 담담한 이야기가 흡인력이 있다는 건 작가의 힘이려니. 그래도 표지를 뒤덮고 있는 극찬은 어느 정도 광고성 문구로 생각해 두는 편이 낫겠다.

2010/01/24 01:22 2010/01/24 01:22
Karidasa 이 작성.

그림자 잭

2010/01/05 23:42 / 낙원의 샘/S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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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젤라즈니/이수현 옮김/페이퍼하우스

그림자만 있으면 힘이 솟는 잭. 여자를 위해 보물을 훔치려다 붙잡혀 죽고는 되살아나 복수를 계획한다. 하지만 이미 그 여자는 숙적의 아내가 되어 있고....
줄거리만 보자면 3류인데, 젤라즈니다보니 화려한 말빨과 상징과 이미지로 분위기를 살린다. 세계관도 매력적이고. 하지만 줄거리는 재미가 떨어져 뒷부분은 앞부분보다 다소 지루하게 읽었다.  
2010/01/05 23:42 2010/01/05 23:42
Karidasa 이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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