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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aridasa 17:53 on 2014/04/14 Permalink | Reply
    Tags: 비브라늄, 어벤저스, 캡틴 아메리카   

    ‘캡틴 아메리카’ 방패와 과학자 

    얼마 전 회사에서 쓴 글. 데스킹을 거친 후 꽤 달라졌기에 여기에 원본을 올린다.

    ***

    영화가 몹시 당겼던 지난 주말 처자식을 집에 둔 채 나홀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를 보고 왔다. 캡틴 아메리카가 전투능력이 뛰어나기는 해도 화려한 초능력은 없는지라 다소 썰렁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대보다 즐거웠다.

    액션 장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방패였다. 캡틴 아메리카는 방패로 총알을 막기도 하고, 방패를 던져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타격하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릴 때 방패를 몸 아래에 대고 충격을 완화하는 용도로도 쓴다.

    어떻게 이런 액션이 가능할까? 물론 영화니까 그렇다며 가볍게 넘어갈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너무 무미건조하다. 기왕 영화 속에 빠져들어 즐길 바에는 설정을 자세히 살펴보는 게 더 재미있다.

    캡틴이 방패를 얻는 장면은 ‘윈터 솔저’의 전편인 ‘퍼스트 어벤저’에 나온다.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의 아버지인 하워드 스타크는 캡틴에게 방패의 재료가 ‘비브라늄’이라는 희귀 금속이며 진동을 완벽히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고 설명한다.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금속이다.

    진동을 흡수한다는 말만으로는 총을 어떻게 막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위키피디아를 참고해 영화의 원작인 마블 코믹스의 설정을 살펴보니 비브라늄이 운동에너지를 흡수한다는 설명이 있다. 즉, 방패가 총알의 운동에너지를 흡수해서 캡틴을 보호하는 것이다. 같은 원리로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릴 때 방패를 받침대로 사용하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방패를 던져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것도 비브라늄 덕분이라 한다. 캡틴의 방패는 다른 물체에 충돌한 뒤에도 속도를 거의 잃지 않는다. 일석이조는 물론이고 일석십조, 일석백조도 가능해지는 설정이다.

    잠깐. 조금 전에 비브라늄이 운동에너지를 완전히 흡수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비브라늄은 벽이나 사람에 부딪혀 튕겨 나올 수가 없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영화 속에 이런 설정과 어긋나는 액션이 군데군데 보인다. 어떤 경우에는 캡틴이 방패로 공격을 막고 충격을 받아 뒤로 날아가기도 한다. 같은 세계관의 다른 영화인 ‘어벤저스’에서 캡틴이 방패로 토르의 망치인 묠니르의 일격을 받아냈을 때는 충격파가 일어나 주위의 나무를 쓰러뜨린다.

    팬들 사이에서도 이런 설정은 논란거리다. 하지만 이런 논란이 오히려 재미있는 부분이다. 팬들은 각자 논리를 내세워 영화 속 장면을 그럴듯하게 설명하려고 한다. 인터넷에서 오가는 토론을 잠깐만 훑어봐도 재미있는 의견이 많다.

    혹자는 방패의 테두리는 다른 물질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방패가 날아가 사람을 때릴 때의 에너지는 비브라늄이 운동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하는 역치를 넘어서지 않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기도 한다. 비브라늄이 진동을 흡수했다가 적당한 때에 방출한다면 가능한 일이라는 사람도 있다.

    영화와 만화, 애니메이션별로 설정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런 논쟁은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다. 영화에서는 비브라늄으로만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강철이나 또 다른 가상의 금속인 아다만티움(엑스맨에 등장하는 울버린의 골격을 이루는 금속)의 합금이라고도 한다.

    애초에 원작자가 정리를 제대로 해주지 않은 탓이긴 하다. 그래도 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작가가 생각지도 않았던 아이디어까지 짜내 설명하려고 한다. 팬층이 두터운 작품일수록 더욱 그렇다.

    어디서 많이 보는 모습 아닌가? 여기저기서 관찰한 다양한 현상을 설명하는 하나의 이론체계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토론하는 모습. 과학자가 하는 일과 많이 닮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가상 세계 속의 가상 금속은 생명력을 얻고 그 세계 안에서 확고한 위치를 얻는다.

    관심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영화나 만화 속의 설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게 유치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초에 우리 인간에게 이런 습성(?)이 없었다면, 현실 속의 과학자도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대상이 가상 세계든 현실 세계든 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귀중한 것이다. 그리고 물론 재미도 있다.

    ***

    데스킹을 거친 결과물은 여기. 더 신문스럽고 교훈적으로 바뀌었다.

     
  • karidasa 15:25 on 2014/04/13 Permalink | Reply
    Tags: , , , 스티븐 백스터, , 타임십,   

    타임십 

    CAM00793[1]

    타임쉽? 타임십? 타임머쉰이 아니라 타임머신이니까 타임십인가…

    타임머신의 후속작이라는데 타임머신이 전혀 기억이 안 나서 다시 그것부터 읽었다. 다행히 킨들판은 무료. 내친 김에 1960년판 영화까지 봤다. 읽다 보니 잘 했다 싶은 게 원작소설뿐 아니라 영화의 설정까지 따 온 부분이 있었다. 원래 안 나오는 친구의 이름이라든지, 지구파멸적인 전쟁도 영화쪽에서 따온 것 같고.
    사실 처음에는 썩 내키지 않았다. 시간여행 소재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다가 책도 두껍고, 게다가 백스터잖아? 처음 읽은 안티 아이스가 최악이었고, 오리온 전선에서 같은 단편은 또 괜찮았지만, 클라크와 공저로 쓴 The light of other days는 그냥 그랬고, 타임 오디세이 시리즈도 평은 별로라고 들었고… 이래저래 명성에 비해 썩 기대가 가는 작가는 아니다.
    다행히 결과는 기대 이상. 뒷표지에 정통SF라고 큼지막하게 써 놓았던데, 90년대 쓴 것 치고는 정통이 아니라 전통적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고전 시대의 향취를 물씬 풍겼다. 마지막에 늘어놓는 장대한 비전은 살짝 뭉클할 정도.

    덧. 영화에서는 Eloi를 ‘일로이’라고 읽던데, 우리말로는 어디서나 ‘엘로이’. 엘로이가 어감이 더 낫긴 하지만.

     
  • karidasa 14:18 on 2014/04/09 Permalink | Reply
    Tags:   

    애가 요즘 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걸 열심히 연습한다니 참으로 신기하다. 저렇게 근성 있는 아기들이 커서는 상당수가 게을러진다는 것도 신기하고…

     
  • karidasa 23:35 on 2014/03/30 Permalink | Reply
    Tags: , , 테드 창   

    The Truth of Fact, the Truth of Feeling 

    아이고, 더 까먹기 전에 기록 남기자.
    얼마 전에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읽고, 이것도 공개라고 해서 받아 읽었다. 최근작 두 편인데 테드 창은 어딘가 소설이 정형화되고 있는 느낌? 신기술로 인한 변화를 상당히 치밀하게 파고드는 건 좋은데, 그러다보니 ‘~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이 어울려 보이면서 소설로서의 재미는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보다는 이쪽이 더 재미있다. 더 짧아서 그럴까? 소설로서의 재미가 떨어진다고는 썼지만, 신기술이 도래하면서 생기는 인간의 삶과 인식 변화,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함의를 꼼꼼히 짚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평소 대충 생각하고 넘어가는 걸 누가 대신 해 주니, 게다가 소설로까지 써 주니 얼마나 고맙나.

     
  • karidasa 23:07 on 2014/03/23 Permalink | Reply
    Tags: , , 이수현, 존 스칼지, ,   

    신 엔진 

    CAM00753[1]
    노인의 행성 시리즈에 질릴 때쯤 마침 잘 읽었다. 재미있는 설정에, 질질 끌지 않고 경장편 수준에서 끝낸 것도 좋았고. 사견이나 늘어져서 좋아질 이야기는 아니었다. 마지막 부분은 ‘세상을 떠받치는 거북이를 떠받치는 거북이를 떠받치는 거북이를 떠받치는 거북이를… ‘ 이야기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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